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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는 시간   2017.10.15. 


팔 하나가 잘려나간 기분이다.

쓰리고 헛헛한 마음으로
너의 흔적을 지우려
청소를 하고, 또 하고,
치우고, 새로 들이고,
그런 짓을 열심히 한다.

산뜻하고 정갈하게 달라진 공간은
낯설고 적요한 공기를 불러들여
가만히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괜찮아, 라고 하려는데,

너만의 촉감이, 양감이, 냄새가, 소리가,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 그런 기억의 흔적이
낯설고 적요한 공기를 찢어 가르며
나를 뚫고 지나가 구멍을 내고야 만다.

서늘한 바람이 버스럭거린다.

정답게 살을 부비고 지낸 열네 해가
쉽사리 지워지리라 생각치 않지만,
이런 진안한 과정을 머지않은 시간에
다시금 겪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짓눌러 납작해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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